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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이름짓기

편지 2014. 12. 11. 01:44

 

해방이에게3

 

해방아, 어제는 아빠가 너무 피곤했나봐. 11시 무렵 골아떨어지고는 일어나질 못했어.

새벽에는 일어나서 네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말야.

오늘로 아빠는 병원생활 5일째야. 너는 세상과 만난지 4일이 지났지?

엄마는 오늘 네가 젖을 열심히 물었다고 엄청 기뻐했어. 아빠도 참 기뻤단다.

아빠도 얼른 널 품에 안아보고 싶어. 어떤 기분일까?

 

밤 10시쯤 병원에 오니, 엄마는 네 이름을 잔뜩 적어놓았어.

이에 질세라 아빠도 네 이름을 잔뜩 적어보았지.

네가 엄마 뱃속에 자리잡았단 걸 처음 알고서부터 네 이름을 고민했었지.

아빠는 '나라'를 밀었지만, 엄마는 단호하게 거부했어. 그리고는 몇 달이 지나자 엄마는 '그루'와 '송이'를 말했어. 아빠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네 이름은 '송이'나 '그루'로 정해지는 듯 했어.

그런데 왠걸. 네가 태어나니 엄마, 아빠 둘 다 마음이 좀 변했나봐.

더 좋은 이름을 찾아보자!는 일념하나로 다시 이름을 고르기 시작한거야.

 

참, 해방아 네 성은 아빠 성을 따서 '천'으로 정했어.

호주(남성 가장)을 기준으로 가족 구성원의 신변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호주제'가 폐지됐지만 아빠 성을 따르기로 했어. 엄마아빠가 혼인신고할 때 누구 성을 택할 것인지 체크하는 칸이 있었어. 짧은 이야기를 하고 성을 '천'으로 정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더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 물론 여러 상황(아빠 가족들, 주변 사람, 이후 네 학교생활)을 봤을때 아빠 성을 따르는 게 더 손쉬운 선택이긴 해. 그렇긴 해도 진지하게 한 번 이야기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야. 아빠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못해봤거든. 엄마, 아빠 양성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봤지만, 아빠는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여겼어. 왜냐면 그렇게 쓰기 시작하면 성이 한도 끝도 없어질 거 아냐? 그리고 엄마도 그 성을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따온거니 말야. 그 순간의 선택을 거쳐 네 이름 가운데 첫 글자, '천'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네 이름을 고민할 때 첫 번째 조건은 '놀림'을 당하지 않는거야. 아무리 이쁘다고 엄마아빠가 생각해도 친구들에게 놀림당할만한 이름이라면, 나중에 해방이가 원망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어릴적 아빠는 이름보다는 '천'이라는 성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 '천방지축마골피'는 쌍놈의 성씨라는 아주 진부한 놀림거리가 우선됐지. 요즘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았어. 그리고 가운데 글자인 '용'자로 인해 '용가리'라는 별명도 있었어. 영화 <대괴수 용가리>라는 60년대 영화에서 나온 뜻이었어. 애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의미는 없이 그냥 불려졌어. 그리고 중학교 시절 '천뽕'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큰 뜻은 없었어. 그런 면에서 보면 이름으로 놀림을 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놀림'은 아니지만 오히려 대학 시절 이름과 관련한 별명이 많았어. '용'자와 '길'자를 영어로 한 '드래곤로드', 농활의 추억이 담긴 '용의 눈물' 등이 있었어.

 

이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도,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을 짓고 싶지도 않은 이 욕심. 아빠 욕심꾸러기 맞지?

 

내일까지는 엄마와 네 이름을 확정하기로 했어.

 

네가 자라서 네 이름을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네가 바꾸고 싶다고 하면 바꿔줄게! 이제 내일이면 '해방'이라는 이름도 안녕이겠구나.

 

p.s-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참 많아. 그래서 아빠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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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래곤로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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