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편지 2014. 12. 18. 01:40

해방이에게5

 

엄마, 아빠, 네가 함께 찍은 첫 가족사진이야.

오늘은 아침부터 네가 방으로 왔어. 아빠는 며칠 만에 너를 안아 봤는지 몰라.

네가 있는 조리원 신생아실 청소 때문이었어. 한 달에 한 번 청소하는 데 운 좋게도 걸렸어!

덕분에 너와 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어.

침대 위에 눕여 놓으니 너는 울기 시작했어.

아빠가 너를 안으니 편안하게 눈을 감더라.

오늘은 아빠 퇴근이 늦어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못 했어.

그리고 일기도 오랜만에 쓰는 것 같아.

퇴근하고 밤늦게 일기를 쓰기보다는 틈날때마다 기록을 해둬야겠어.

아빠는 내일이나 금요일 네 출생신고를 하러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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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래곤로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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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학 공고가 떴다.

앞으로의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수업들을 기록해둔다.

어차피 7과목 이상 듣지는 못 할테니. 이 중에서 골라내야지.


-신문방송학과

콘텐츠 스토리텔링론 및 실습

미디어 글쓰기

고급기사작성론

문화콘텐츠 기획론

미디어편성기획론

미디어 인간학


-사학과

역사와픽션

한국중세사2


-시각디자인과

인터랙티브디자인1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영상학

기초컴퓨터그래픽1

광고디자인

환경디자인


-경영학과

e-비즈니스

광고론


-경제통상

한국경제사

한국경제론

경제학사

지역경제학

국제경제학


-국어국문학과

스토리텔링의 세계

한국문학사상론


-정치외교학과

한국정치사

한국정당론

인권과 국제기구

한국정부조직론


-심리학과

소비자미디어 심리

산업 및 조직 심리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행정

지역사회복지론

사회복지개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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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학 공고가 떴다.  (0) 2014.12.15
Posted by 드래곤로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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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등을 한 그 남자는 굴뚝에 올랐다. 작업복을 갈아입을 때마다 보이는 상처가 똑같은 그 이는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맨소래담을 바른다. 그는 소주와 담배 연기에 허기를 채우면서 아궁이 속에서 타는 나무 소리를 한눈팔지 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오래 오래 보아 두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한다. 누군가는 3650일이 서러워 길바닥에서 곡기를 끊고, 누군가는 200일째 굴뚝 위에 올라 생일을 맞는다. 칠순이 넘은 노모들은 언젠가는 뽑아내야 할 가슴에 박힌 철탑을 짊어지고 굴뚝과 길바닥을 찾는다. 절박한 몸들이 만나 희망의 소리를 내뿜는다. 그러나 크고 멋진 사람들은 절실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 <따뜻한 밥>의 신경현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당부>를 냈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고통스러운 현실을 수줍게 노래하던 그는 마흔을 넘겨 지리산 자락으로 갔다. 그는 12월이 오면 계약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며 절박한 몸들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시집 <당부>에 담았다.


‘작업복을 갈아입을 때마다/보이는 상처가/똑같다//부황 뜬 등/맨소래담이 묻어나는 어깨/관절과 관절 사이/넘나드는 통증들//작업복을 갈아입을 동안/서로를 힐끔 바라보지만/몸이 내는 신음소리 말고/다들 별 말이 없다//부러 먼 산을 보는/몸들,//담배를 입에 물고 나서야/짐짓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어제 다 끝내지 못한 공정에 대해서/작업 중 일어난 사소한 다툼에 대해서/이런저런/말들을 한다/목구멍을 올라오지 못하는 고통들/자꾸/미끄러지고’  -‘몸들’


‘맨소래담을 바르는 밤/비가 오는지/귓속으로 들어오는 소리들은/젖어 있고/결리고 쑤신 한숨이 내려와/앉아 있다//맨소래담 냄새는/아침이 와도/좁은 방안을 떠나지 못하고/다시/방안의 어둠을 더듬으며/땀 냄새와 피곤을 짊어진 한 남자의/앙상한 몸뚱이와 만날 것이다’ -‘맨소래담을 바르는 밤’ 중에서


시인의 몸과 노동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의 몸들은 맨소래담에 피로와 고통을 녹인다. 


그 몸들은 꿀둑(굴뚝은/몸뚱이밖에 믿을 게 없는/사람의 뒷모습처럼/막막하다/시계를 벗어난 쪽으로/밤새 뿌연 연기를 뿜어내던/지금은 멈춰선 시간이/물끄러미 비에 젖고 있는/굴뚝 -‘굴뚝’ 중에서)에도 있고, 옥상(어느 곳에서 바라봐도/내려갈 계단 하나 없는/튼튼한 동아줄은커녕/썩은 동아줄 하나 내려오지 않는/옥상 -‘옥상’중에서)에도 있고, 시골(멍한 눈으로, 꺽꺽 목구멍으로 눈물을 토하는, 하늘 위로 끊임없이 헬기가 뜨고, 삐라처럼 뿌려지는 국가의 선무방송, 가을이, 깊어가는 가을이, 붉게 물들기 위해, 더욱 맹렬하게, 경찰과 공무원들,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천막 곁에 걸어 둔 밧줄, 죽기 위해 파 놓았다던 구덩이, 무사할까, 다들, -‘깊어 깊어가는 가을’중에서)에도 있다.


사계절 내내 추웠던 2014년이 지나가는 이 시간, 신경현 시인의 노래를 들어보자. ‘크고 멋진 사람들’이 듣지 않는, 들려주지 않는 삶의 당부(아궁이 속에서 타는 나무 소리를/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부터/바람이 잦아드는 곳까지/한눈팔지 말고/두 눈 똑바로 뜨고/오래 오래 보아 두거라 -‘당부’중에서)를. 그리고 그도 이제 ‘연애 시(時)’를 쓰기 시작했다. 


<당부>, 신경현, 도서출판 한티재, 2014.12.8, 96페이지


*이 글은 뉴스민(newsmin.co.kr) 기사로 게재한 글입니다.

Posted by 드래곤로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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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품에 안으며

편지 2014. 12. 13. 00:29

해방이에게4

해방아, 아빠 보이니?

오늘 처음으로 너를 품에 안았단다. 이제 정말 아빠가 된 게 실감이 나.

아마 5분 정도 안고 있었던 것 같아. 금새 지나가버렸어.

그리고 너는 다시 조리원 신생아실로 가버렸어...하...

아빠가 너를 다시 안으려면 빨라야 1주일, 아니면 2주가 걸릴 지도 몰라.

그래서 엄마한테 툴툴대기도 했어. 

아기가 엄마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이야.

엄마는 10달 동안 뱃속에서 너와 함께 보내고, 큰 고통 끝에 너를 낳았어. 또, 네게 젖을 먹이려고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도 해. 네가 배고프다고 울어대면 새벽이라도 젖을 물리겠지.

그런데 말야, 아빠는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너를 뱃속에 품을 수도 없었고, 젖이 나오지도 않아.


네 엄마가 그랬어. "아기는 여자가 낳고, 수유는 남자가 하면 어땠을까"라고.

그래, 생각해보니 그래.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줬어도 좋았을텐데 하고...

오늘은 뭐랄까, 너를 5분간 안았던 기억으로 하루가 가득찬 것만 같아.

참, 네 이름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어. 다음주면 정해지겠지?


엄마는 많이 피곤한가봐. 벌서 잠이 들었어.

아빠도 피곤이 몰려오네...

내일은 우리 해방이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게.

우리 엄마한테 함께 힘을 주자!~여보,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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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이름짓기

편지 2014. 12. 11. 01:44

 

해방이에게3

 

해방아, 어제는 아빠가 너무 피곤했나봐. 11시 무렵 골아떨어지고는 일어나질 못했어.

새벽에는 일어나서 네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말야.

오늘로 아빠는 병원생활 5일째야. 너는 세상과 만난지 4일이 지났지?

엄마는 오늘 네가 젖을 열심히 물었다고 엄청 기뻐했어. 아빠도 참 기뻤단다.

아빠도 얼른 널 품에 안아보고 싶어. 어떤 기분일까?

 

밤 10시쯤 병원에 오니, 엄마는 네 이름을 잔뜩 적어놓았어.

이에 질세라 아빠도 네 이름을 잔뜩 적어보았지.

네가 엄마 뱃속에 자리잡았단 걸 처음 알고서부터 네 이름을 고민했었지.

아빠는 '나라'를 밀었지만, 엄마는 단호하게 거부했어. 그리고는 몇 달이 지나자 엄마는 '그루'와 '송이'를 말했어. 아빠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네 이름은 '송이'나 '그루'로 정해지는 듯 했어.

그런데 왠걸. 네가 태어나니 엄마, 아빠 둘 다 마음이 좀 변했나봐.

더 좋은 이름을 찾아보자!는 일념하나로 다시 이름을 고르기 시작한거야.

 

참, 해방아 네 성은 아빠 성을 따서 '천'으로 정했어.

호주(남성 가장)을 기준으로 가족 구성원의 신변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호주제'가 폐지됐지만 아빠 성을 따르기로 했어. 엄마아빠가 혼인신고할 때 누구 성을 택할 것인지 체크하는 칸이 있었어. 짧은 이야기를 하고 성을 '천'으로 정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더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 물론 여러 상황(아빠 가족들, 주변 사람, 이후 네 학교생활)을 봤을때 아빠 성을 따르는 게 더 손쉬운 선택이긴 해. 그렇긴 해도 진지하게 한 번 이야기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야. 아빠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못해봤거든. 엄마, 아빠 양성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봤지만, 아빠는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여겼어. 왜냐면 그렇게 쓰기 시작하면 성이 한도 끝도 없어질 거 아냐? 그리고 엄마도 그 성을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따온거니 말야. 그 순간의 선택을 거쳐 네 이름 가운데 첫 글자, '천'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네 이름을 고민할 때 첫 번째 조건은 '놀림'을 당하지 않는거야. 아무리 이쁘다고 엄마아빠가 생각해도 친구들에게 놀림당할만한 이름이라면, 나중에 해방이가 원망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어릴적 아빠는 이름보다는 '천'이라는 성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 '천방지축마골피'는 쌍놈의 성씨라는 아주 진부한 놀림거리가 우선됐지. 요즘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았어. 그리고 가운데 글자인 '용'자로 인해 '용가리'라는 별명도 있었어. 영화 <대괴수 용가리>라는 60년대 영화에서 나온 뜻이었어. 애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의미는 없이 그냥 불려졌어. 그리고 중학교 시절 '천뽕'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큰 뜻은 없었어. 그런 면에서 보면 이름으로 놀림을 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놀림'은 아니지만 오히려 대학 시절 이름과 관련한 별명이 많았어. '용'자와 '길'자를 영어로 한 '드래곤로드', 농활의 추억이 담긴 '용의 눈물' 등이 있었어.

 

이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도,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을 짓고 싶지도 않은 이 욕심. 아빠 욕심꾸러기 맞지?

 

내일까지는 엄마와 네 이름을 확정하기로 했어.

 

네가 자라서 네 이름을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네가 바꾸고 싶다고 하면 바꿔줄게! 이제 내일이면 '해방'이라는 이름도 안녕이겠구나.

 

p.s-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참 많아. 그래서 아빠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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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살아가기

편지 2014. 12. 9. 01:06

해방이가 세상에 빛을 본지 2번째 날. 종일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보를 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맴돌았던 날.

 

당신에게2

오전 6시가 되어서야 당신은 물을 마실 수가 있었어요. 저녁 8시가 되서야 미음 한 그릇 비울 수 있게 되었구요.

아, 정말이지 '엄마는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는 '아, 이 세상에 여자로 살아가기가 참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있잖아요, 여보. 아직 내 머릿속은 잘 정리가 안 되요. 대학시절,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페미니스트'임을 생각하고 살았다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당신이 진통을 하고, 수술을 마치고서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거든요. 당신의 아픔, 고통을 이해할 수도 없었죠. 그런데 그렇게 아픈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더라구요.

 

우리 병실에는 다른 산모들도 있잖아요. 바로 옆 침대 산모의 가족들이 다녀갔어요. 그 산모 남편도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산모 친정 어머니가 어제와 같이 아침 일찍부터 병실을 찾았어요. 수발과 산모의 투정까지 다 받아주었죠.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되자 그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곧이어 시댁 식구들이 찾아왔어요. 산모의 시아버지와 새언니가 함께 왔어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새언니도 출산의 경험이 있었던지, 아버지와 출산 때 이야기를 했어요. 수술을 마치고 아버지가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봐서 빨리 가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새언니는 '마취도 덜 깨고 아파 죽겠는데 자꾸 애기는 어떻냐 이런 거 물어보니 짜증이 났었다'고 말했고, 시아버지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 이제는 알아서 어제 안 오고 오늘 온 거'라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어요. 아, 세상 남자 대부분은 저렇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이를 보러갔다가, 곧 돌아갔어요.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저녁 먹으러 밖에 나갔고, 산모는 혼자가 됐죠. 그 무렵 우리 식구들이 왔고, 옆 침상의 산모는 말이 없어졌어요. 밥이 왔는데 먹지도 않았죠. 시간이 좀 흐르자 산모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어요.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10분쯤 후에 남편이 들어와 함께 화장실로 갔고, 5분쯤 지나자 헐레벌떡 한 분이 병실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왔어요. 옆 산모의 어머니였어요. 머리감다가 전화받고 급하게 왔다고.

 

참 불공평하죠. 여자는 출산 준비부터, 출산과정까지, 그리고 아기를 어떻게 키울지 까지 다 책임져야 하는데. 남자는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어제 당신 자궁이 40% 열린 상태에서 멈춰 10시간 정도가 흘렀을때, 그제서야 나는 이런저런 검색을 시작했어요. '자연분만 제왕절개', '자연분만 중 제왕절개', '제왕절개의 장단점' 등을 검색창에 입력했죠. 사실, 나도 알고 있는 게 너무 없더라구요. 다 알아보는 것처럼 큰소리 뻥뻥 쳐놓고. 당연히 자연분만이 될 거라고만 생각했었죠. 검색을 하니, 대부분 '자연분만을 하면 아이에게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산모를 기준으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더라구요. 아무렴, 멀쩡한 배에 상처를 내는 것 자체가 좋을리 만무하겠지만요. 기준은 산모가 아니었고, 오직 아이에게 초점이맞춰져 있었다는거죠. 마치, 자연분만의 공포가 두려워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를 질타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아이도 중요하지만, 산모의 몸에 대한 선택권은 당연히 산모에게 있는건데 말이죠. 나 역시 이 부분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도.

 

여보, 아무래도 내가 온전히 당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거에요. 지금 이야기를 당신을 이해 못 하는 내 모습의 알리바이로 삼으려는 건 결코 아니에요. 아무래도 나의 머리와 행동이 따로따로일때, 우리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난 여자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우리 해방이도 딸이잖아요? 두런두런 넋두리가 길었어요.

 

내일이면 당신도 해방이를 볼 수 있겠죠?

 

 

해방이에게2

오늘은 새벽부터 눈이 왔단다.

'이 눈은 우리 해방이 생일을 축복해주기 위한 하늘의 선물이야'는 상투적인 말 따위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벌써 해버렸어. 엄마가 마실 보리차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가는 길, 내리는 눈을 보고 아스팔트 위에 '사랑해'라는 문구를 남겼단다. 엄마와 해방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 눈이 내렸으니까!

 

아빠는 30년을 아들로 살아왔어. 예전 90년대까지만 해도 MBC드라마 <아들과 딸>같은 풍경이 많았지. 요즘은 달라졌다고들 해. 워낙 출생률이 낮으니까 말야. 아빠는 그 시대변화를 지나쳐왔단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지만, 남자로 태어나서 이득 본 일과 손해 본 일을 계산해보면 아무래도 이득 본 일이 더 많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거야. '역차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일상을 찬찬히 돌이켜보면 주변 환경이 아직까지 남자로 살아가기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있거든. 물론, 오늘 아침에 널 보러 가서 '앉아보고 싶다'고 간호사 언니에게 말했는데, 거절당했어. '남편 분은 안 됩니다. 산모만 됩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말야. 그때는 쬐끔 불편부당하다고 생각했어. 어제까지는 엄마가 처음 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흔쾌히 '아빠라도 먼저 안아야 한다'고 말했었거든. 그래서 부픈 마음을 안고 갔는데, 너무 쉽게 거절당했어. 수유실로 종종 걸어들어가는 산모들을 보면서 더욱 좌절했어...ㅠㅠ

 

무튼, 아빠는 남자로 태어난 자부심이 엄청났나봐. 몇가지 장면들이 늘 생각이 나. 초등학교 5학년 때였지. 남여 짝궁이었어. 아빠 짝궁인 친구는 참 착했어. 연필도 잘 챙겨가지 않던 아빠에게 펜, 지우개 등을 빌려줬고, 샤프심도 늘 준비해줬어. 그런데도 왜 그런 심통이 낫는지, 아빠는 책상에 선을 그었어. 여기 넘어 오지 마라고. 근데 그 친구가 선을 넘어온거야. 공책에 글을 쓰다가 살짝 넘어왔는데, 아빠는 노발대발 하면서 화를 냈어.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었지. "어디서 여자가 남자가 그어 놓은 선을 넘어오느냐" 초등학교 5학년이었어. 또, 한 장면이 더 있어. 중학교 2학년때, 아빠는 남중의 실장이었단다. 아빠는 국어 선생님을 참 좋아했었어. 남중에서는 만날 수 있는 여자가 선생님밖에 없었거든. 더군다나 그 선생님은 외모마저도 아빠 스타일이었어. 물론 선생님은 결혼을 했고, 둘째 아이까지 임신 중이었어. 아빠는 일부러 그 선생님 눈에 들려고 수업 시간에 잠을 자거나, 떠들었어. 그러면서도 국어 시험공부는 밤새도록 했어. 그러던 어느날, 너무 심하게 떠든 나머지 국어선생님이 '실장, 수업마치고 교무실로 따라와'라고 소리쳤어. 선생님은 만삭이었고,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황이었어. 한숨을 내쉬면서, 실장이 그러면 되느냐며 다그쳤지. 아빠는 들은채 만채 했어. 물론 그 선생님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뻐했지만. 더 화가 난 선생님은 뱃속 아이를 생각했는지, '무릎 끓고 있어'라고 지시했어. 그 때 아빠는 또 한 마디 했지. "남자는 여자 앞에서 무릎꿇지 않습니다" 2초쯤 지났을까, 주먹이 얼굴로 날아들었어. 옆 자리에 있던 남자선생님이었지. 4~5번 정도 주먹이 오가고 정신이 들어 씩씩거리며 아빠는 교무실 밖을 나갔지.

 

아빠, 참 부끄럽지? 그렇게 살았었단다. 이제와서 우리 딸 해방이를 마주하니 더욱 괴로워지기도 하고.

 

이제 태어난 지 이틀째인데, 벌써 여자로서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빠가 우습지?

네가 마주할 세상은 과거 아빠같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을 거야.

물론 같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네가 그런 느낌, 경험을 겪게 된다면 말야.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고, 바꿔나가는 언니가 되어주고 싶어.

 

오늘은 네가 눈을 껌뻑거렸단다.

네 작은 몸짓 하나에 호들갑떠는 아빠를 보면 넌 어떤 생각이 들까?

오늘도 건강히 잘 있어줘서 고마워!

내일 엄마가 널 만나 꼬옥 안아주고 나면,

이름을 고민해봐야겠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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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래곤로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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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빠

편지 2014. 12. 8. 01:25

오늘로서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다.

 

당신에게1

여보, 사랑한다는 말부터 할께요.

오늘, 나는 당신의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어요. 그리고 당신은 나의 부인이자 엄마가 되었구요.

3일 동안 엄청난 진통을 견디면서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던 당신을 보면서 새삼 또 배움을 얻었어요.

당신이라고 아프지 않았을까요? 태어나 처음 겪는 고통 앞에서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공포마저 느꼈을 테지요.

아마, 당신은 내가 걱정할까봐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을테죠.  

그렇게 참으며 해방이가 태어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당신인데...쉽게 나오지 않았어요.

1시간 동안의 수술을 받으면서 엄마가 된 당신인데, 아직 우리 해방이 얼굴도 보지 못했죠.

태어나면 젖부터 물리고 싶었었는데 말이죠.

 

해방이가 수술실에서 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난 당신에게 미안했어요.

고생은 당신이 했는데, 정작 해방이가 처음 본 사람은 아빠였으니까요.

그래서 난 해방이를 안을 수 없었어요. 엄마 품에 처음 안겨야 하니까요.

 

여보, 기억나요?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함께 밤을 새우던 날, 시속 15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위 차 안에서 결혼 이야기를 꺼내던 날, 속이 좋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느새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걸 함께 기뻐했던 날...그 모든 장면이 눈앞에서 휘리릭 지나갔어요. 당신과 했던 약속을 하나씩 되새겨 봅니다.

 

아마, 당신은 현명하고 따뜻한 엄마가 될테죠.

그럼 나는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까요?

우리가 결혼식에서 했던 약속을 떠올려봅니다.

해방이 아빠이기 이전에 당신의 남편이라는 것을,

무대 위 연기자로, 기획자로 살아가는 당신의 삶을 지지하고

당신의 활동을 갉아먹지 않는 동반자이자 조력자가 되겠다는 약속을

다시 다짐합니다.

꼭,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무대 위에 오를 엄마, 아빠라는 배역은 우리가 대본을 함께 써 나가자구요.

이미 정해진 것처럼 '엄마'라는 배역을 당신에게 맡기지 않겠다구요.

다시 한 번

사랑합니다.

 

해방이에게1

수고했어, 고맙고 반가워.

 

해방아, 며칠 후면 네 이름이 정해지겠지만 당분간은 익숙한 '해방'이라고 부를께. 아빠가 되면 매일매일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막상 네가 세상에 나오고 나니 어떤 말을 해야할까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 아직은 잘 실감이 나지 않은 것두 있구 말이야.

 

시간이 지나고 네가 자라면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네 엄마에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은 해줬으면 좋겠어. 네가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고 3일 동안 엄마는 정말이지, 큰 고통을 참아왔단다. 덕분에 엄마와 아빠, 그리고 너는 간호사 언니들과 이틀을 같이 보냈단다. 엄마는 고통스런 와중에도 "간호사들, 노동강도가 엄청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 아빠도 곰곰이 생각했단다. 산모에 대한 진료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질문에 대한 응답도 해야지, 산모나 보호자의 도드라진 감정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도 해야지, 야간 근무도 해야지...여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아침이 되자, 병원 구석구석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우리 곁에 다녀갔단다. 밤새 나온 쓰레기를 치우는 것부터, 네 엄마가 마실 보리차를 보충해야 했고, 화장실도 말끔하게 만들었단다.

 

그러던 중 아빠는 얄궃은 생각이 들었단다. 이 병원에는 노동조합이 있을까? 청소노동자들은 병원 직원일까, 아니면 파견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일까. 의사들은 당직근무를 서면 며칠씩 쉬던데, 간호사는 야간 당직근무를 서고 얼마나 쉴 수 있을지 궁금했단다. 그리고 병원 청소노동자는 1년 마다 파견업체가 바뀌어서 매년 월급 인상도 없는 게 아닐까 궁금했단다.

 

아빠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니란다. 너를 만나기 위해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단다. 이 곳 병원은 사람을 치료하는 곳인데, 곳곳에 상품을 전시하고 있었어. 산모수첩에는 매일유업 광고가 덕지덕직 붙어있었고, 의사는 '고운맘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은 종합비타민을 권했고, 간호사는 '제대혈' 광고전단을 매번 나눠줬고, 병원에 설치된 TV에는 '제대혈 치료 효능' 광고가 종일 나오고 있었단다. 병원 1층 로비에는 커피전문점이 입점해 있었고, 분만실이 있는 6층 대기실에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케잌과 선물을 광고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병실도 6등급으로 나뉘어 있었어. 기본 6인실은 6,800원 정도야. 1인실은 기본요금에다 8만원을 더 얹어야만 했고, 그렇게 5등급이 더 있었어.

 

특히, 병원 복도에 붙은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보면서 의아했단다. '권리'에 '환자는 경제적 이유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나와 있었어. '의무'에는 '환자는 병원비를 지불할 의무를 지닌다'가 나와 있었어. 헷갈리지 않니? 병원비를 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돈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럼 의무를 다 하지 못하는 건데...아빠는 학교 다닐 적에, '의무를 다 하지 않는 이들에게 권리란 없다'라고 자주 배웠단다. 물론, 말장난 하자는 건 아니야. 다만, 네가 태어난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해방아, 네가 자라면서 오늘 이 순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아빠가 페이스북에 올린 네 소식을 보고 축하해 준 이모와 삼촌이 참 많았어. 그 중에는 멀쩡히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를 이야기 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긴 이모와 삼촌들도 있었어. 네가 태어난 세상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곳이야. 그래서 이모와 삼촌들은 50m 굴뚝에 올라가서, 한 달째 밥 먹기를 중단하면서, 차가운 길바닥에 천막을 치고 '권리'를 말하고 있어.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왜 네 탄생을 축하해줄 수 있었을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돕고 살아가길 바라기 때문이지. 그래서 아빠도 조금씩 세상이 나아질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살아가. 그것마저 없다면 너한테 참 미안할테니까.

 

아빠는 말야, 네가 태어난 오늘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야.

약속!

아빠도 조금씩 어떤 아빠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노력할께.

 

해방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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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래곤로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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